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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12일차(03.07)

친구삼백원만 2024. 3. 2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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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이 마음에 들지않아 내맘대로 쓴다.
열두 번째 글감 “국수1000원 사건”

 

국수1000원 사건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친구와 함께 다니던 영어학원에서
겪은 이야기로, 그곳에는
아주 짠돌이 선생님이 계셨다.

학생들에게 간식을 사주는 일이
당연한것은 아니지만, 가끔 사주실 때마다
크게 생색을 내셨다.
 
학원 근처에는 2000원짜리 국숫집이 있어,
늘 용돈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가성비 최고의 식당이었다.

주말에 학원 수업이 끝나고 자습 전,
저녁을 먹기 위해 그날도 여김 없이
국숫집을 가려고했다.

하지만, 내게는 현금이 1000원 부족했다.
친구도 돈을 빌려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국수를 사 먹을
1000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주에 갚겠다고 약속했다.

선생님은 흔쾌히 수락하는 듯했지만,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지갑을 닫으며,
제자와 선생님 사이에
돈 거래는 좋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행동이 돈을 빌리는 일에
스스럼없게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단지 1000원을 빌리려 했을 뿐인데,
마치 큰 잘못을 한 것처럼 긴 설교를 듣게 됐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지갑을 닫기 전, 그 안이 텅 비어있었다는걸..
그냥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지.

결국 30분간의 설교를 듣고도
돈은 빌리지 못했다.
그때는 너무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못 했다.
 
결국 친구와 함께 국수 한 그릇을
나눠 먹으면서
'그냥 국숫집 앞에서 1시간 구걸하는 게
더 빠르겠다.’ 라고 뒤늦게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도 그때 선생님의
자기만족스러운 표정을 떠올리면
분통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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