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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으로 기억을 떠올려준 Kundal기록/순간 2024. 2. 17. 22:31728x90
What is scent?
당신에게 향은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향이란 '기억이자 이미지'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곳이 그때의 향을 맡으면 거짓말같이 머릿속에서 그날의 풍경이 펼쳐진다.
누군가 내 뇌에 빔프로젝트를 켜놓은 것 같은 느낌
향은 그 사람의 이미지와 성격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호감도 얻을 수 있다.
자기가 처음 산 향수를 뿌리고 편의점에 갔을 때, 아르바이트생분이 향수 브랜드를 물어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나 또한 그분의 시원시원하지만 끝에 약간 단 향이, 그분의 외강내유 성격을 잘 보여줘서 향 브랜드를 여쭤본 적이 있다.
이렇듯 향은 단순 사치품이 아니라, 우리에게 꽤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쿤달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2월의 퍼퓨머리 아카데미 원데이 클래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최근 향에 관심이 생겨서 여러 원데이클래스를 보다가 쿤달을 선택했던 이유는,
기억하고 싶은 사진을 미리 브랜드에 제공하고
그 경험을 향기로 재현할 수 있는 '내 이야기를 담아내는 클래스'라는 설명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진짜 한 번에 될 줄 몰랐다. 너무 영광입니다.
클래스를 위한 준비물로는 필기할 종이와 이론 자료, 내가 만들 향수를 담을 병, 사전에 보내드린 기억하고 싶은 사진,
그리고 다양한 향료들이 테이블 위에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 향료들 중에서는 익숙한 이름도 있고 낯선 이름도 있었다.
근데 향료들의 네이밍은 참 신비롭고 이쁜 것 같다. 네이밍만 봐도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느낌이다.
나는 좀 일찍 와서 공간에 있는 쿤달의 제품과 제품에 사용된 향들을 둘러보고 시향 해보았다.
쿤달 브랜드는 회사 내에도 이렇게 향을 체험하고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향에 진심인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사 들어올 때부터 향이 진짜 너무 좋았다.
원래 퇴근하고 오면 여러 꿉꿉한 향들이 들러붙어서 불쾌한데, 여기서 일하면 끝까지 기분 좋은 냄새가 날 반겨줄 것 같다.
여기 신입 안 뽑나? 저 뽑아주세요.
여기 있던 향들 중에서는 애플그린티, 가든블라썸, 코지다즐링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약간 들꽃, 풀, 이끼 같은 좀 자연적인 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다.
본격적인 클래스가 시작되면서 가볍게 향의 이론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향은 음계와 같다. 하나로 이뤄져있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채롭게 변한다'
인상 깊은 말이었다. 늘 처음 뿌리는 향에만 집중하고 이후 향은 신경 써본 적이 없는데 앞으론 그 변화를 느껴봐야지.
향은 Top, Medium, Base 3개로 나눠져 있고 쉽게 비유하자면
Top은 첫인상, Medium은 몸에 제일 오래 남아이 있는 부분,
Base는 무게감이 있고 대부분 다른 향들의 지속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향들이 많다.
휘발성이 높을수록 지속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Top부터 아래로 휘발성이 낮다. 첫인상이라는 비유가 찰떡이다.
내가 시트러스향과 플로럴향은 싫어하고 머스크나 우디 계열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너무 단편적인 종류의 향들을 맡아서 그런 거였다.
사실 플로럴과 시트러스 계열은 향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인 데다가, 내가 선택한 향들도 많았다.
그리고 머스크는 실제 동물에게 채취한 향으로(지금은 금지), 실제로는 냄새가 별로 안 난다고 한다. 충격
본격적으로 향을 시향 하면서 나의 향수의 재료로 만들 향들을 선택하는 시간.
일단 뭔가 그 순간과 어울리는 네이밍의 향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향들을 맡았다.
엠버와 머스크는 향이 정말 거의 안 나기 때문에 제일 먼저 맡아야 한다고 하셨다.
미묘하지만 쓴 느낌이 나는 향이었다. 풀이나 나무의 끝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향이라 생각해 선택했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작년 겨울, 교토의 호젠지] 향의 키워드는 젖은 이끼와 나무, 나른, 들꽃, 물, 시원, 신사
키워드를 바탕으로 Top, Medium, Base를 선정했다.
마냥 풀과 시원한 향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절이 느껴지는 , 살짝 톡 치는 허브계열과 풀의 달달하면서 씁쓸함, 물의 비릿함을 조화롭게 나타내고 싶었고,
선생님께서 내가 원하는 느낌대로 용량을 설정해 주셨다.
선생님은 느낌과 향의 이름만 보고 비율을 바로 딱딱 내시는 게 신기했다.
베티버 향이 정말 신기했는데, 다른 향료와 달리 진득한 나무 진액과 같은 점도와 색, 쓴 향이 개성이 정말 강했지만
오히려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완성된 향은 숙성을 10일 정도 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향도 숙성을 하구나.
너무 신기한 게 정말 내가 기억하고 싶은 사진 속 순간이 선명해지는 향이었다.
선생님은 물론이고 함께 수강한 수강생분들도 사진의 순간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나 향에 재능 있나?
얼른 모두에게 내가 만든 향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
향도 브랜딩에 정말 중요한 요소인데, 직접 만들고 체험해 보니 더욱 와닿는다.
솔직히 이번 클래스 신청을 통해 쿤달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클래스를 경험하며 쿤달이 향에 대해 가지는 태도와 가치관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효과적인 브랜딩 방법으로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선물 받은 쿤달 브랜드의 향초는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더욱 깊게 만들어줬다.
이번 클래스를 통해 향에 좀 진심이 생겼다. 어차피 무급휴직인 기간 동안 진짜 관련 브랜드 알바라도 해볼 생각이다.
클래스에서 맡은 향 이외에도 더 많은 향을 경험하고 체험해 볼 생각이다.
오래간만에 열정과 흥미를 만들어준 경험을 더 발전시켜야지.
아래는 원데이클래스를 신청할 수 있는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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